대종찬 첫행 "晉山"은 "지리산"으로 번역해야 옳다.

晉山華胄 진산땅 밝은 정기 빛나는 씨족이오

菁川靈源 청천물 맑은 줄기 거룩한 근원이라

千派一本 천갈래 갈렸어도 근원은 하나이며

萬枝同根 만가지 뻗었어도 뿌리는 한가지라

忠孝之家 충성과 효도로서 이름난 집안이오

道義之門 도덕과 의리로서 번성한 문중이라

世守敦睦 대대로 돈독스런 친목을 지켜오며

위의 글은 진주강씨 대종찬(大宗贊)이며, 박사공 17세손으로 숙종 때 사마시에 입격하여 동몽교관을 지내신 휘 석하(錫夏 1644~1707) 선조님이 지으신 시이다. 이 시는 1976년 11월 10일 창간된 중앙종보 제호 밑에 "千派一本萬枝同根" 단 2행만 번역문 없이 실려 오다가 1983년 2월 10일자부터 8행이 번역문과 함께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번역자는 확실치 않으나 고강정희(姜正熙 성균관 전례위원장 역임) 당시 중앙종보 편집위원장이 번역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진산(晉山)은 실재(實在)하는 산일까? 실재하는 산이라면 옛사람들은 어디에 어떤 산을 보고 진산(晉山)이라고 했을까?

아니면 진산(晉山)은 그저 "○山"으로 고을 이름에 쓰이는 보통명사에 지나지 않을까?

晉(진)의 본래 글자는 자전에 보면 "至至"밑에 "日"자가 떠받치고 있는 글자인데 이를 풀이하면 해(日)가 제일 먼저 지상에 다다르는(至至) 산(山)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산이 높을수록 먼저 태양이 닿을 것이다. 진주 부근에 가장 태양이 먼저 닿는 산은 말할 곳도 없이 지리산(智異山)이 된다.

진주 시내에 망진산(望晉山)이 있다. 이 산 이름을 풀이해 보면 "진산(晉山)을 바라보다(望)"라는 뜻이 된다. 물론 이 산 정상에서 지리산은 보이지 않는다. 옛 사람들은 이렇게 실재로 보이지 않더라도 마치 눈앞에 생생하게 보이는 것처럼 이름을 짓는 경우가 많다. 전국에 국망봉(國望峰)이란 이름을 가진 산들이 많다. 서울이 바라보이는 산이라는 뜻이다. 산이 아무리 높다해도 나라의 성루가 바라 보일 리가 없다. 즉 산에 오르면 서울이 보일 정도로 높다는 뜻과 임금을 그리워하는 데서 지은 이름일 것이다.

이로 미루어 보아 진산(晉山)은 지리산(智異山) 및 진주(晉州)의 별칭으로 가차(假借)되어 쓰인 셈이다.

경재 하연(河演) 선생이 지은 여지승람에 보면 진주읍은 지리산(智異山)의 빼어남과 남해의 깨끗한 기운으로 이루어져 토지가 비옥하고 인물(人物)이 번화하여 다른 고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아울러 진주의 인걸은 지령에서 비롯되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서도 진산(晉山)이 지리산임을 알 수 있다.

산은 정기(精氣)를 내리고 물은 생명(生命)을 잉태한다. 즉 양음의 조화를 이루어야 인걸(人傑)이 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각급 학교의 교가 가사를 보면 "△△산 정기(精氣)를 받고 ○○강 흐르는 곳에" 등등으로 작시(作詩)되어 있는 것을 보아도 항상 산(山)과 강(江)이 대구(對句)가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고령군(高靈君) 신숙주가 지은 문경공(희 맹경)의 비명의 첫 구절을 예로 들어 보겠다.

위의 비명을 대종찬에서 진산을 번역한 것처럼 "진산땅"으로 대입해보면 "진산땅 높고도 높으며"가 되어 논리적으로 뜻이 통하지 않는다. "지리산은 높고도 높으며"으로 옮겨야 뒷 구절 "남강은 깊고도 깊어"와 논리적으로 듯이 통한다.

그러므로 대종찬(大宗贊)의 첫 구절의 "진산(晉山)…"은 "지리산(智異山)…"으로 번역해야 2행 "菁川(청천)…"과 대구(對句)가 되어 문맥이 통하게 된다.

晉山華胄 진산땅 밝은 정기 빛나는 씨족이요→지리산 밝은 정기(로) 빛나는 씨족이요